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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꿀팁

돈 없으면 서울 자취 불가능? 350만 원 들고 서울로 이사 온 방법

by 무생 202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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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으로 뻗은 대중교통, 다양한 편의시설과 각종 서비스, 그리고 진학과 취업의 기회까지. 서울에서 살고 싶은 이유는 정말 다양하고, 이미 각자의 마음속에 하나씩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서울 자취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서울 자취를 결심하고 나서도 수없이 들었던 말이자 고민이었으며, 정작 서울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은 순간까지도 돈 걱정뿐이었으니 말이다.

허나 처음엔 모든 게 막막하기만 했던 서울살이도 막상 시작해 보니 별거 아니었다. 블로그에서 늘 '전투적으로 살아야 한다.' 같은 말을 하지만 결국 블로그에 그 말을 쓸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에 와서 대기업에 취직했다거나 로또에 당첨되었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일은 없고 여전히 백수지만, 그럼에도 자취하기 전부터 날 따라다니던 돈 걱정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모아둔 돈도, 특출 난 능력도 없던 내가 서울, 그것도 강남구 한복판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여러분이 300만 원만 있어도, 어쩌면 가진 돈이 더 적어도 서울 자취가 가능한 이유에 얘기해 보겠다.


돈 없어도 괜찮은 이유

원룸도 보증금 천만 원이 기본인 강남구에서 겨우 350만 원 들고 살겠다니, 터무니없다는 덕담만 배불리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꿈을 접지 않고 이곳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확고한 꿈과 서울의 장점들을 잘 써먹었기 때문이다.


1. 꿈과 목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뒤로 가기를 누를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돈마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선 정말 중요한 것이다.

성과가 있어야 즐거운 법이다. 결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없다면 성과도 없으니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의심하게 되고, 즐거움을 느끼기는커녕 스스로 마음을 다 잡지도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느 순간 '꿈을 이루기 위해'라는 이유는 온데 간데없고, 흐지부지 방 계약기간까지만 버티다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내가 무엇을 위해 서울에 오려고 했는지,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내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하고 확고하게 정해야 한다.


2. 많은 일자리와 높은 시급
사는 사람이 많으니 식당부터 상가타워까지 각종 시설이 밀집되고, 일자리 수도 지방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덕분에 고졸인 내가 술집 알바 경력 하나만 가진 상황에서도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었다.

알바천국의 알바맵 지도 / 알바몬의 '서울 전체 지역' 알바 검색 결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동네(동)에서 구하는 알바의 수가 내가 살았던 고향 전 지역(시)에서 구하던 수보다 많고, 고향에선 보지 못했던 백화점이나 전시회 등 일자리 수만큼 일의 종류도 더 다양하다. 

방 구하고 짐 옮기고 정리하는 것도 충분히 정신없어서, 이사하자마자 어디 들어가서 일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서울은 정규직뿐만 아니라 계약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도 자주 올라와서 급한 돈을 마련하기엔 적당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나처럼 취직이 아닌 사업이 목표라면 더더욱 괜찮은 기회일 것이다. 당장 가진 돈도 없는데 무리하는 것보단, 큰 목표와 꿈을 위해 경험도 쌓고 데이터도 모을 겸 아르바이트로 한 걸음 물러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대부분 돈을 충분히 모은 다음 서울로 올 생각을 하는데, 나처럼 시골에 가까운 지방에 살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지방에서 알바나 대출 등으로 최소 자금만 채우고 서울에 먼저 오는 방법이 일도 더 빨리 구하고 돈도 더 빨리 마련할지도 모른다.


3. 편리한 대중교통
서울은 유동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매일 7000대가 넘는 시내버스와 9개의 지하철을 운영 중에 있다. 또 새벽에도 심야버스가 1시간 단위로 다녀, 밤늦게 퇴근하는 일을 해도 살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이런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 덕분에, 차와 면허가 없는 나도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더 먼 곳에 있는 좋은 조건의 일자리에서 출퇴근을 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을 타면서 비싼 택시비를 아낄 수 있으니 더 알뜰한 생활도 가능하다. 심지어 신청만 하면 정부에서 대중교통비 지원도 해준다.

이 방법을 변형하면, 집값과 월세가 비싼 도심지역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취촌이나 대학가에 방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시내의 시급 높은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고, 지원금으로 교통비도 줄일 수 있다.

더 좋은 집이나 지역은 우선 한두 달 저렴한 곳에서 먼저 살다가 생존에 성공한 다음 정착지를 찾을 때 옮겨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5. 정부의 지원
서울로 이사 오는 2~30대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위한 지원과 혜택도 늘어나고 있다. 나라에서 무료로 신청만 하면 돈을 지원해 주니까 미리 알아보고 필요한 제도의 신청 시기에 맞춰 서울로 올라오는 것을 추천한다.

월세나 이사비용의 일부 금액을 나라에서 대신 지불해주기도 하고, 임차보증금 대출이자도 일부 지원해 주는 사업도 시행 중이다.

그 밖에도 대중교통비 지원, 청년주택, 취업박람회 및 연계 시스템 등 서울시의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알뜰하게 이용하면 금액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관련 내용을 짧게 소개한 글이 있으니 자세히 알고 싶다면 참고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취생들을 위한 서울 거주 청년 지원사업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놀랐던 것은 자취방 월세 지원이나 이사비 지원, 교통비 지원 등 서울시에서 꽤나 다양하고 폭넓은 지원 사업들을 시행 중이라는 점과 난 그걸 하나도 받지

lifeisjohnhard.com



내가 돈 몇 푼으로 서울에 정착한 과정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서울로 이사 오고 정착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유를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350만 원으로 방 계약과 이사를 전부 해결했고, 안정적인 정착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 생존을 우선시했다.

꼭 나처럼 강남구 중앙에서 월세 100만 원을 내란 법은 없으니, 앞서 얘기한 대로 저렴한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1. 고향에선 최소자금만 마련

고향에서 알바로 모은 돈과 부모님한테 빌린(어화둥둥 우리 아들 같은 분위기가 아니고 비즈니스처럼 이자가 붙는다. 단지지 은행에서 빌릴 바에는 뒷 일 없이 깔끔하게 본인들한테 빌리라는 주의였다.) 돈을 다 합한 게 350만 원이었다.

시급 만 원짜리 술집 알바로 보증금 천만 원을 모은다는 망상을 계산해 보니 1년이 걸렸고, 이럴 바에는 그냥 서울 가서 일 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하여 뭐든 서울에 가고 나서 해결하기로 했다.


2. 하루 만에 방 구하기
무자본 표류기 6장 "강남에서 원룸 구하기"에서 까먹고 안 한 얘기가 있는데 집 구하러 가기 전 일주일 내내 폰으로 원룸들을 하나하나 따져봤다. 50개 가까이 방을 보니까 눈을 감으면 원룸 사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서울에 도착한 이후로 쉬지 않고 하루종일 방을 보러 다녔다. 방을 5개만 봐도 '내가 말한 보증금과 월세면 이 정도의 집에서 살겠구나'라는 시세 파악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

6번째 방부터는 봤던 곳의 장단점과 비교해 가면서 10개까지는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난 7번째에서 계약했고, 정착하는 동안만 임시로 살기 위해 3개월 단기월세로 계약하고 한 달씩 연장 중이다.

어디까지나 강남이기 때문에 월세만 100만 원짜리인 거고, 조금만 더 찾아보면 낙성대처럼 2배쯤 저렴한 곳도 존재한다. 물론 저렴한 곳은 다 저렴한 이유가 있다.


3. 셀프로 이사
고향에서 서울까지 용달 비용이 100만 원이 넘어가는데 나는 이사 비용을 아낀다고 캐리어 하나 들고 내가 다 옮겼다.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고향까지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3번 정도 왔다 갔다 했고, 시외버스비로 11만 9천 원 정도, 지하철 요금을 합쳐도 13만 원 미만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겹쳤을 때 빼면 옮기는 것 자체는 해볼 만했고, 다음날 몸져눕지도 않았다.

도저히 옮길 수 없는 덤벨 세트나 가구는 20만 원으로 차 있는 친구를 고용해서 옮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버리고 서울에서 새로 사거나 청년 이사비용 지원을 신청했어도 괜찮을 것 같다.

면허가 있다면 렌트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뭐든 각자 상황에 맞춰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면 된다.


4. 단기 아르바이트
서울에 오자마자 취직을 할 순 없으니, 호텔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여 심란한 마음과 잔고에 급하게 금융치료부터 했다.
이사하고 남은 돈과 단기 알바로 번 돈으로 급한 불을 겨우 껐고, 바로 다음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호텔 말고도 택배 상하차, 편의점, 식당, 백화점 행사, 박람회 스태프 등 서울엔 많은 단기 아르바이트가 있어, 이삿짐 정리로 정신없던 와중에도 하루이틀 만에 단기 알바를 구할 수 있었다.


5. 계약직
일자리가 정말 많다. 나는 경력이라곤 술집 알바가 전부였고, 고졸인 학력과 관련 자격증 하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알바몬에 이력서만 공개 처리 해놔도 구직전화만 하루에 8통씩 전화가 올 정도였다.

나는 교육만 들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경비직으로 우선 몇 달 치 월세를 마련했다. 꼭 경비가 아니더라도 옷가게나 꽃시장, 백화점, 식당, 호텔, 상가타워, 현금운송원, 버스터미널, 박람회 등등 지원할 수 있는 종류도 다양했다.

일자리도 많고, 전화도 매일 오고, 차 없어도 멀리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니까 일을 못 구할 것이라는 걱정은 안 했었고, 덕분에 허덕이지 않고 편하게 일을 찾을 수 있었다. 

또 서울에서 6주 동안 단기 알바와 계약직으로만 액수가 고향에서 5~6개월을 일해야 얻을 수 있는 금액일 정도로 일자리와 급여 차이가 있었다. 난 서울에서 이사 온 뒤에 일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욱 이득이었다.


6. 그 이후
지금은 경비를 그만두고 하고 싶던 일 준비하면서 백수처럼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돈이나 일을 못 구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고향보다 물가도 비싸고 집값도 비싸지만 그만큼 페이도 높아 오히려 훨씬 안정적이다. 
초반 한두 달은 정말 심란하고 바빴지만 그 시기만 지나면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는 사람은 뭘 해도 못한다. 난 일단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부딪혀서 다치는 게 후회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마치며

나는 천만 원은커녕 500도 없었고, 다니는 대학도 없어 기숙사도 남 일이거니와, 서울에 취업한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위로부터 핀잔만 들었고, 부모님한테 대차게 까이면서 시작한 서울살이였다.

그럼에도 즐거운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사실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 덕분이다. 

구석으로 가는 건 내가 서울살이를 시작하는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여 처음부터 비싼 동네로 부딪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경기도나 서울 사이드 지역에서 시작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고 괜찮은 것 같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느냐 보단 망설임을 뒤로하고 시작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만약 나처럼 작은 도시에선 이루지 못할 꿈과 서울 자취를 그리지만, 돈이 없어서 혹은 현실에 데고 다시 돌아올까 봐 걱정되어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저질러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막상 부딪혀보니 아프긴 하지만 조금 얼얼하고 말았고, 살아보니까 수틀리면 고시원에서 한두 달만 버텨도 충분히 원룸으로 승격할 수 있다. 결국 의지만 있다면 다 살아날 방법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가진 걸 다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는 통증보단 해보지도 못한 후회가 더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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