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쓰레기와 음식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는 피할 수 없이 벌레와의 전쟁을 겪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언제 어디서든 출몰할 수 있는 자취방 벌레들, 이미 집 안에 숨어서 튀어나올 기회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벌레를 물티슈나 손으로 잡았다고 생각해 보자. 손 끝으로 느껴지는 불쾌한 촉감과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시각적 거부감으로 한동안 '퇴치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또 파리채로 때려 잡아도 벽지나 가구에 흔적이 물들면 두고두고 지난 전투의 아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평화적으로 같이 살아보기엔 신체 건강에도,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 벌레들.
오늘은 자취방 벌레를 촉감 체험 없이 확실하게 퇴치하는 법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벌레 퇴치도구
1. 전기파리채
벌레 퇴치 역사의 한 획을 긋었던 전기파리채이다. 물리적인 타격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일반 파리채와 달리, '전기'라는 기술을 도입하여 더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숨통을 끊을 수 있다.
손잡이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면 파리채에 전류가 흐르는데, 묠니르처럼 이 전기를 사용해 벌레들을 구워버리는 것이다.
'타닥' 소리 한 번이면 웬만한 벌레는 바로 즉사하고, 피지컬이 좋은 녀석들도 버튼 몇 번으로 처형할 수 있다.
잔해가 들러붙는 파리채와 달리 균형 감각을 살려서 창문 밖으로 버릴 수도 있어 비교적 깔끔한 뒤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개인에 따라 벌레 타는 냄새가 조금 역할 수 있다. 창문으로 걸어갈 때 죽은 줄 알았던 벌레가 기절에서 깨어나 다시 전투가 벌어진 적도 있고, 건전지를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가 풍뎅이 날아다닐 때 건전지 찾던 적도 있었다.
동네마트나 편의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가격은 5~9천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건전지도 여분으로 미리 사두는 것을 추천한다.
2. 벅스캐쳐
벅스캐쳐는 아까 말했던 불필요한 감각 체험을 막아주는 벌레 퇴치도구로, '스파이더 캐쳐'라고도 불린다.
벅스캐쳐의 손잡이를 누르면, 평소에는 열려 있는 끝부분이 닫히면서 벌레를 생포하는 방식인데 채집도구에 더 가깝다.
날파리나 모기처럼 작은 벌레는 잡기 힘들지만 벅스캐쳐는 그런 시시한 녀석들을 상대하는 용도가 아니다.
꼽등이나 바퀴, 거미나 풍뎅이 등의 뒤처리가 힘든 덩치를 가진 것들이나 공격성이 있는 벌 등을 잡을 때 좋다.
멀리서 손잡이를 당겨 포획한 다음, 창 밖으로 던져버리면 생명 존중과 함께 깔끔하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전투는 발생하겠지만 잔해도 부상자도 없으니 가벼운 스파링 정도로 정리가 가능하다.
동네마트나 편의점에선 파는 모습을 본 적 없고, 대형마트에서도 딱 한 제품만 봤다. 인터넷에선 1만 원대에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생각 있다면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에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3. 살충제
흔히 유명한 살충제 브랜드인 '에프킬라'로 불리는 스프레이형 살충제 분사기이다.
캔에 담긴 살충제 가스를 스프레이처럼 벌레에게 직접 분사하는 방법으로, 살충제 성분을 통해 벌레의 근육과 호흡계를 마비시켜 질식시키는 원리이다.
작은 날벌레는 스치기만 해도 효과가 있지만, 피지컬 좀 되는 벌레들은 한 번에 안 죽는 경우도 많아 약품을 들이마시고 발광하는 벌레를 계속 따라가며 추락할 때까지 계속 뿌려야 한다.
벌이나 지네처럼 반격을 하는 벌레라면 비유가 아닌 실제로 전투가 일어난다. 약효로 처리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벌레가 날뛰다가 어디에서 죽었는지도 찾아야 하고, 냄새도 계속 나고, 환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살충제는 가연성 가스이고, 캔도 열에 민감한 재질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크다. 주방에서 가스레인지를 쓰고 있는데 살충제를 사용한다면 그때부턴 화염방사기 혹은 가스폭탄이 되므로 사용을 피하자.
살충제는 다이소에선 3~4천 원, 쿠팡에선 5~8천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벌레 트랩
1. 신기패
신기패는 분필 형태로 되어있는 살충제 가루를 벌레가 나오는 곳에 선처럼 긋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벌레의 몸에 신기패 가루가 묻으면 몸속으로 흡수되고, 흡수된 시점부터 길어도 1시간 안에 신경을 망가뜨려 목숨을 끊어놓는다.
다른 벌레가 가루가 묻은 벌레와 접촉하기만 해도 죽는 높은 살상 범위를 지녔다. 벌레가 죽고 나서도 가루의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개미처럼 집단을 구성하는 경우 가루가 묻은 한 마리만 집으로 돌아가도 초토화된다.
악명 높은 생명력을 자랑하는 바퀴벌레를 주 목표로 하는 만큼, 자취방에 나오는 어지간한 벌레는 모두 신기패를 버티지 못한다.
분필 같은 원형 그대로 선을 긋어도 되고, 조금 끊어내어 가루 낸 다음 뿌려도 되고, 이 가루를 물과 섞어 뿌려도 된다.
덕분에 창틀과 방충망, 화단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 꽤나 효율적이다.
단점은 벌레에게 접촉시키지 못하면 효과가 없으므로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고, 목숨을 잃은 벌레를 치우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쿠팡에서 1개에 9,000~10,000원대로 판매 중이다.
2. 독먹이제
신기패가 선을 긋는 분필이었다면, 독먹이제는 먹이가 든 트랩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먹이로 벌레들을 유혹하여 먹게 한 다음, 먹이 안에 포함된 살충 성분으로 벌레를 죽이는 원리이다. 보통 고체형 먹이가 든 플라스틱 제품이거나 치약처럼 되어 있어 짜두거나 바르는 젤형으로 나뉜다.
성분 자체를 먹이는 방식이다 보니 죽은 벌레를 먹은 벌레도 죽게 되고, 이를 먹은 다른 벌레가 죽게 되는 연쇄 살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 가루에 닿기만 하면 되는 신기패와 달리 독먹이제는 먹이를 직접 먹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효과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과자 부스러기 같은 다른 먹이가 없도록 방 청소를 우선 해야 하고, 설치 장소를 잘 선별해야 한다.
문 틈이나 집의 구석, 침대 밑, 화장실 변기 뒷부분 등 벌레가 좋아할 만한 구석진 곳에 설치해 주는 것이 좋고, 하나보다는 여러 개를 같이 설치하는 것이 퇴치율을 높여준다.
독먹이제가 포텐을 터뜨렸다면 여러 벌레가 죽어있을 것인데, 이 광경을 보면 기쁜 심정보다는 거부감이 조금 많이 들었다. 독먹이제 주변으로 죽은 벌레가 쌓여있는 장면은 장관보다는 가관에 가깝다.
가장 유명한 컴배트는 개당 8~9천 원, 맥스포스는 2만 원대에 판매 중이다.
3. 배수구 클리너
돈벌레라고 불리는 그리마, 나방파리, 모기 등은 물기 있고 습한 배수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배수구 자체를 한번 깔끔하게 소독해 주는 것으로 알과 성체를 모두 죽일 수 있다.
화장실 바닥의 배수구, 세면대 배수구와 오버플로우 구멍, 베란다 배수구, 주방 싱크대 배수구에 배수구 클리너를 붓어두자. 이물질로 인한 배수구 막힘도 예방하고 벌레들도 퇴치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끓는 물도 퇴치 효과는 있지만 배수관도 함께 처리해 버려서 부식될 수 있다. 벌레 잡으려다 배수관 터뜨리고 뒷목 잡을 수 있으니 배수구 클리너처럼 부식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자.
쿠팡에서 1L 2개에 9천 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다.
4. 끈끈이트랩
어렸을 때 시골집에서 자주 사용했던 덫이다. 찐득찐득한 끈끈이를 이용한다.
끈끈이가 부착된 면이나 기둥을 천장, 바닥, 모퉁이나 구석 등에 깔아 두어 벌레들이 날거나 이동할 때 트랩에 붙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원리이다.
끈끈이 채로 버리면 되어 죽은 벌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은 징그럽긴 해도, 독먹이제나 신기패에 비해 깔끔한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단순히 지나가다가 밟거나 붙으면 안 떨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벌레가 많고 수시로 들어오는 곳이 아니라면 효과가 떨어진다. 자취방이 원룸이라면 반지하가 아닌 이상 추천하진 않는다.
또 온갖 먼지와 머리카락도 같이 붙고, 시골집에서는 쥐도 같이 붙어있던 기억이 있어 나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가격은 개당 4~7천 원 정도이다.
5. 포집기
벌레를 끌어모으는 기능으로 가까이 오게 만든 다음, 흡입구의 바람을 이용해 벌레를 흡입통으로 빨아들여 잡는 장치이다.
자기 전에 침대 옆에 두고 켜두면 알아서 모기를 유혹하고 빨아들여 가둬두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버릴 때도 통 뚜껑을 연 다음 버리기만 하면 되고, 냄새나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단점은 모기나 파리가 주 대상이라서 다른 벌레에겐 큰 효과가 없었다. 큰 나방의 경우는 불을 보고 돌진하는데 흡입구보다 커서 차마 빨아들여지지 않고 끼어 있었고, 다른 벌레에겐 '못 먹는 빛나는 거' 정도인 듯했다.
또 쿠팡에서 가장 싼 제품이 배송비 빼고 14,000원이었으니까 다른 제품들에 비해 가격도 높은 편이다.
마치며
오늘은 자취방에서 내 심적 안정을 위협하는 벌레들을 퇴치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보았다.
개인적으로 벌레를 극도로 싫어하여 나올 때마다 전쟁 준비에 돌입하는 편인데, 위에 설명한 제품들 만으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다.
무섭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벌레를 내버려 두었다간 내 집에서 가정을 꾸려 벌레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때 세스코를 부르면 원룸 기준으로 12만 원이 청구된다.
오늘 말한 제품들은 멕스포스겔만 빼면 1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벌레로부터 내 집과 돈을 지켜보자.